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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토일
[다자이 오사무 '사양' 의 문장 " '사랑'이라 썼더니, 그 뒤엔, 아무 말도 쓸 수 없게 됐다. "] 너에 대한 무수히 많은 것을 종이에 적었다. 소꿉친구. 파트너. 배구. 인기. 사…랑. 그리고 나는 더이상 아무 말도 쓰지 못했다. 복잡했던 머릿속은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텅 비었고, 답답했던 마음 속 매듭은 두 글자만에 풀렸다. 하지만 난 그 이후로 사랑 이외의 그 어떤 감정이 들지 않았다. 이와이즈미는 한참을 고민했다. 연필은 바닥에 내팽겨쳐졌고, 종이는 구겨지고 찢어졌다. 책상엔 이미 여러 눈물이 떨어져 있었다. 아니라고 믿었기에 짝사랑에 대한 자각은 이와이즈미를 빨갛게 물들였다. 짝사랑을 해보는 구나. 그것도 오랜 친구이자 파트너를 상대로. 오이카와는 날 어떻게 생각할까. 무서워,..
ⓒ 2016. 진주(p_erle_) all rights reserved. 당신의 - Pr. 세상엔 많은 이별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최악의 이별을 택하라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죽음이 제일 많은 표를 받을 것이다. 죽음을 관리하는 이들을 흔히 저승사자라고 일컫는다. 그것은 꽤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겁을 주었고, 또 누군가에겐 기다림의 존재였다. 챙이 넓은 갓에 검은 색으로 뒤덮여진 천들로 꿰어진 옷. 보기만 해도 아, 왔구나. 하며 체념 혹은 애통을 전달하는 그 차림새는 사실 꽤 오래 전의 이야기였다. 또한 죽은 사람을 데려가는 것에서만 그쳤던 저승사자의 일 또한 한참 옛 이야기일 뿐이다. 현존하는 저승사자 중에 염라대왕의 지극한 관심 속에서 몇 백 년이나 해먹은 어느 저승사자의 이야기로 그것은 변화..
추위의 폐허 / 마츠하나 전력 그곳은 어때? 독백. 그것은 명백히 독백이었다. 눈을 감고 생각하듯 내뱉는 그 말의 청자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하나마키는 평범하지 못하다. 특별함을 넘어서, 자신의 독백을 들을 청자를 가지고 있다. 조건은 눈을 감을 것. 아주 간단하게 이 척박한 현실에 빛을 쬐고 있는 것이다. 눈을 꼬옥 감는 것이 쉽지 않을리 없다. 오히려 너무 간단해서 방법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자면서도 꿈만 꾸지 않으면 대화를 이을 수 있는 편리함. 미친 놈. 모두들 지금의 하나마키를 본다면 미친 놈이라고 치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마키는 미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도 뚜렷한 청자에 고통 받고 있었다. 마츠카와. 대답해줘. 형상이 있..
마츠하나 망각 *오이이와/이와오이가 있습니다.* "저 그럼 퇴근하겠습니다." "맛층 부러워―!" "히로를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 몇 번 째일까. 마츠카와가 하나마키의 죽음을 반만 받아들여, 이렇게 불쑥 있지도 않은 하나마키를 만들어 내는 것은. 하나마키가 죽은 후부터 거의 꾸준히 그랬으니까―, 적어도 50 번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싶다. 오이카와는 한참을 아무 말도 안하고 진득하니 마츠카와만 쳐다봤다. 그 시선에 짐을 꾸리던 마츠카와가 밝은 미소(집에 하나마키가 있다고 믿으니까)를 지으며 오이카와에게 무슨 일 있냐며 물었지만, 오이카와는 뒷목만 매만졌다. "싱겁…. 미안. 히로는 죽은 지 꽤 됐는데 말이야. 어차피 집에 가도 나 혼자일텐데. 아무도 날 반겨주지 않을텐데." "맛층, 그만." "또 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