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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토일
* '요괴를 주웠습니다.'에 향후 부도덕한 이야기나 표현이 사용됩니다. 본 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앞으로 주의하여 주세요. * * 개인적인 캐해석에 주의하여 주세요. 또한 캐의 어떠한 부분을 과장하거나 부풀리는 일도 있습니다. * 하늘 아래를 걷고 있었습니다. 새파란 낮의 하늘 아래를. 어디서 지독한 냄새가 풍겨왔고, 저는 제 분부대로 냄새가 나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메주에 코를 박고 있는 것만큼 고약해서 코를 틀어막아야만 했습니다. “…애송이로구나.” 냄새를 풍긴 것은 어린 요괴였습니다. 그 요괴는 팔의 자리에 새의 날개가 달려 있었습니다. 까마귀 요괴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요괴에게 이름을 물어보았습니다. 이름이 무어냐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지만, 떨리는 날개와 너무 세게 물어 피가 새는..
암흑 시대, 혹은 그 이전에 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과거 날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색할 정도로 싸늘한 공기가 가라앉은 거실에 난로를 켠다. 금방 따스해지지는 않기 때문에 두터운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러고 나니 이번엔 찬 바닥이 내 발을 붙잡아, 슬리퍼를 신었다. 어느 정도 공기와 거리를 두고 난로 앞 의자에 앉으니, 정강이부터 타고 올라오는 열이 추위가 아니라 내 몸을 녹이는 듯 노곤했다. 생각은 잠시 접어두었다. 회색이 그득한 먼지 냄새는 내가 고민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했다. 그저 조금 더 의자와 친해지길, 눈이 반쯤 감겨 세상을 흐릿하게 보길 바랐다. 이곳은 내 공간이 아닌 그의 공간이니 나는 그를 따를 뿐이었다. 딱히 별다를 것은 없었고, 그 특별하지 않음에 익숙해져 눈을 감았다. ..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한 꼬마가 있었습니다. 나이는 5살이고, 앞머리며 뒷머리며 모두 무성하게 자라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작은 그 꼬마는 예쁜 반바지에 멋진 와이셔츠, 세련된 구두를 신고 있었고, 모두 그런 꼬마를 보며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인지 그 외로워 보이는 꼬마에게 아무도 다가가지 않았습니다. 아니, 외롭다고 생각조차 안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제 눈엔 꼬마는 추위를, 외로움을, 공허함을 느끼고 있었어요. 단지 그래서 다가갔습니다. 꼬마는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더니, 예쁘게 웃었습니다. 정말 예뻐서 꽃이라면 이기적인 타인에게 꺾일 것 같았습니다. 꼬마의 볼을 타고 머리카락들이 쓸어내려가고, 보이지 않던 꼬마의 얼굴이 조금 보였습니다. 갈색의 눈동자. 꼬마의..
한밤 중, 갑자기 누군가 쿄카와 아츠시의 숙소에 대여섯 번 정도 문을 두들긴다. 쿄카는 단검을 손에 쥔 채로 문을 열고 그대로 상대를 향해 칼을 찌르는데, 어째서인지 상대에게서 피가 나지 않는. 상대는 “난 영적인 존재이니 현실의 도구에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아”라며 총을 뽑아들곤, “설령 내가 여기서”라더니 갑자기 제 머리에 총을 쏜다. “이렇게 총을 쏘더라도 멀쩡하지” 그리곤 이렇게 잇는다. “당신, 누구야...?” 쿄카의 물음에 그가 이렇게 말할 것. “오다 사쿠노스케. 오다사쿠… 라고 부르면 되겠군”. “나와 닮았네. 역시.” 오다사쿠는 쿄카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조금은 다르지만, 나도 너처럼 사람을 구하고 싶었어.” “? 그럼 했으면 됐잖아. 경찰이던, 군인이던.” “어렸을 때 사람을 죽이..
스웨덴 세탁소의 월화수목금토일을 들으며 작업했습니다 :)같이 들으시면서 보시면 더 좋을지도...? 24시간이 하루, 월화수목금토일이 일주일. 그렇게 일곱 번의 24시간동안 너를 쫓고 있었다. 물론 당연히 너는 모를테지만, 나는 눈으로나마 너를 쫓고 있었다. 유난히도 네 옆이면 발걸음이 가벼워서. 약간 넋이 나간 상태로 너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게 어느 무엇보다 행복하다. 네가 무엇을 좋아하더라. 겉으로는 애어른 같은 모습을 하곤 속은 그 어느 아이보다 순수했더랬지. 그때 같이 먹었던 크레이프도 좋았다고 했었고, 유두부도 좋아했어. 토끼를 그 어떤 것보다 좋아하고, 밖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어. 그럼 오늘은― “어디로 갈 거야?” “그때 갔던 곳, 다시 가지 않을래?” “…좋아.” 머뭇거리는 너의 표정에서..
[다자이 오사무 '사양' 의 문장 " '사랑'이라 썼더니, 그 뒤엔, 아무 말도 쓸 수 없게 됐다. "] 너에 대한 무수히 많은 것을 종이에 적었다. 소꿉친구. 파트너. 배구. 인기. 사…랑. 그리고 나는 더이상 아무 말도 쓰지 못했다. 복잡했던 머릿속은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텅 비었고, 답답했던 마음 속 매듭은 두 글자만에 풀렸다. 하지만 난 그 이후로 사랑 이외의 그 어떤 감정이 들지 않았다. 이와이즈미는 한참을 고민했다. 연필은 바닥에 내팽겨쳐졌고, 종이는 구겨지고 찢어졌다. 책상엔 이미 여러 눈물이 떨어져 있었다. 아니라고 믿었기에 짝사랑에 대한 자각은 이와이즈미를 빨갛게 물들였다. 짝사랑을 해보는 구나. 그것도 오랜 친구이자 파트너를 상대로. 오이카와는 날 어떻게 생각할까. 무서워,..
ⓒ 2016. 진주(p_erle_) all rights reserved. 당신의 - Pr. 세상엔 많은 이별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최악의 이별을 택하라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죽음이 제일 많은 표를 받을 것이다. 죽음을 관리하는 이들을 흔히 저승사자라고 일컫는다. 그것은 꽤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겁을 주었고, 또 누군가에겐 기다림의 존재였다. 챙이 넓은 갓에 검은 색으로 뒤덮여진 천들로 꿰어진 옷. 보기만 해도 아, 왔구나. 하며 체념 혹은 애통을 전달하는 그 차림새는 사실 꽤 오래 전의 이야기였다. 또한 죽은 사람을 데려가는 것에서만 그쳤던 저승사자의 일 또한 한참 옛 이야기일 뿐이다. 현존하는 저승사자 중에 염라대왕의 지극한 관심 속에서 몇 백 년이나 해먹은 어느 저승사자의 이야기로 그것은 변화..
난 언제나 검은 색 물감을 뒤집어 썼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도, 내가 원해서도 아니다. 그냥 마땅히 내가 그래야만 한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그 오물에 찌든 검은색 물감을 뒤집어 썼다. 코를 아프게 만드는 강렬한 냄새에 억지로 숨을 참으면, 또 가슴이 답답해와 그저 한숨이 될 노력에서 그쳤다. 그러기를 몇 년, 아니 몇 달, 아니 며칠. 정확히 가늠할 수 없는 그 길 위를 걸어오는 동안 나는 누구에게나 검은색으로 인식되어 갔다. 쟤랑 섞이면 너도 탁해져 버릴 거야. 조용히 말해도 내 귀에 정확히 꽂히는 그 말은 그나마 다른 색과 희색되어 밝아질 내 미래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듯이 다가왔다. 장미를 가지려면 줄기의 가시에 목을 졸려야만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억울하고 울분이 터지지도 않았다. 나는 언제..
추위의 폐허 / 마츠하나 전력 그곳은 어때? 독백. 그것은 명백히 독백이었다. 눈을 감고 생각하듯 내뱉는 그 말의 청자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하나마키는 평범하지 못하다. 특별함을 넘어서, 자신의 독백을 들을 청자를 가지고 있다. 조건은 눈을 감을 것. 아주 간단하게 이 척박한 현실에 빛을 쬐고 있는 것이다. 눈을 꼬옥 감는 것이 쉽지 않을리 없다. 오히려 너무 간단해서 방법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자면서도 꿈만 꾸지 않으면 대화를 이을 수 있는 편리함. 미친 놈. 모두들 지금의 하나마키를 본다면 미친 놈이라고 치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마키는 미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도 뚜렷한 청자에 고통 받고 있었다. 마츠카와. 대답해줘. 형상이 있..